Paper Stop-Motion / 종이에 수성펜, 천, 우드락 (Pen on paper, Fabric, Woodrock)
시놉시스) 당신의 노란색은 무엇인가요? 깜깜한 바닷속, 노란 빛을 따라서 수면 아래로 깊숙이 들어가게 된 주인공 물고기. 그 아래에서 마주하게 된 것은…
혹시 너무나 익숙해져버려서 그 소중함을 잊고 지내지는 않았는지. 우리의 평범한 순간순간에 녹아들어있는 소중한 기억들이 지금의 우리를 있게 했다는 것을 잊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으로 영상을 제작하게 되었다. 노란색은 주로 누군가를 기억할 때나, 찬란한 행복을 이야기 할 때 많이 사용된다. 그래서 노란색이 주는 찬란한 느낌은 오랜 기억들을 표현하기 적합하다고 생각했다. 관객들은 영상 시작에 나온 질문에 대한 대답을 생각하면서 자신의 노란색은 무엇인지 떠올리게 된다. 특히 마지막 장면, 주인공 물고기가 사람이었을 때의 기억을 떠올리면서 자신의 존재를 깨닫게 되는 장면은, 질문과 연결되면서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든다. 사실은 인간이었던 물고기들. 그들은 서서히 일상 속에서의 노란 빛의 가치를 잃어버리면서 그렇게 물고기가 되었다. 아무런 이유없이 오로지 위를 향해서 올라가기만 하는 물고기가 되어버린 그들은, 자신을 기다리고 있을 허무한 죽음을 알지 못한다. 하지만 단순히 물고기의 죽음에 대한 이야기라기보다 은유적으로, 일상의 소중함 속에서의 가치를 잃어버린 사람들은 마치 죽은 물고기 같다고 표현한 것이기도 하다. 영상을 만들면서 단순히 이야기를 전하는 것보다도, 시적인 이미지들의 조화가 이뤄내는 애니메이션을 만들어보고 싶기도 했고, 과연 이런 의도가 실제로 영상으로 구현되었을 때 효과가 있을지도 궁금했다. 표현이 모호하기도 하고 이야기가 탄탄한 영상이 아니기 때문에 다양한 해석이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다만 한 가지 분명한 점은, 자신이 죽은 물고기와 같은 삶을 살고 있었던 것은 아니었는지 돌아보는 시간이 될 것이라는 점이다.
사실 ‘깊은 수면 아래로 들어가 기억의 한 조각을 끄집어내야한다’라는 한마디 말에 영감을 받아 만들기 시작했다. 마치 우리가 기억을 되짚어보는 것처럼, 주인공 물고기는 수면 아래로 점점 내려가면서 많은 것들을 보고 경험하게 된다. 다른 물고기들과는 다르게 모두가 당연하다고 여기는 것에 의문을 품고 다른 방향으로 나아가는 주인공 물고기는, 자신에 대한 의문과 용기가 가득했다. 그렇게 계속 아래로 내려가면서 그 전에 깨닫지 못했던 가치를 알게되고, 자신이 결국 인간이었다는 사실도 알게 된다. 모두가 위로 헤엄쳐서 올라가기 때문에 어쩌면 위로 올라가는 것은 당연한 현실인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주인공 물고기는 당연하게 받아 들여지는 것에 끊임없이 의문을 갖고 자신을 되돌아보고 있었고, 그래서 다시 인간이 될 수 있는 기회도 얻게되었다. 이 점에서 우리도 죽어가는 물고기처럼, 무작정 남들과 같은 방향으로만 가고 있지는 않았는지, 자신의 방향을 스스로 정하고 있었는지도 생각해보게 된다.